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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만남의집에서 ‘통일닭백숙’ 잔치

2021-02-28

이기묘AOK대표등 양심수선생들에 식사대접


Newsroh=로창현기자 newsroh@gmail.com 

 


누구보다 분단의 상처에 아파하는 ‘만남의집’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서울 낙성대에 위치한 만남의 집은 비전향장기수로 알려진 고령의 양심수 선생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회장 김혜순)의 지원아래 현재 김영식(88) 선생 박희성(87) 선생이 상주하고 양희철(88) 선생과 양원진 선생(93)도 준 거주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25일 소박한 ‘통일닭백숙’ 잔치가 열렸다. 풀뿌리통일단체 액션원코리아(AOK) 이기묘 상임대표가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최근들어 만남의집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고령의 장기수 선생들이 잇따라 타계하면서 이들의 북녘 송환문제가 여론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21일엔 논산의 요양원에서 투병하던 강담(87) 선생이, 12월 7일엔 전북지역의 마지막 양심수 오기태(88) 선생이, 그리고 지난 1월 26일엔 박종린(89) 선생이 부평 자택에서 역시 투병 끝에 별세했다.


2000년 1차 송환당시 당국의 몰이해로 63명에 포함되지 못한 비전향장기수들은 모두 46명이었다. 이들은 2차 송환을 희망했지만 20년 세월이 흐르며 이젠 단 11명만이 남아있다. 지난 18일엔 박희성 선생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1인시위를 미국대사관 앞에서 했다.



16개월 때 헤어진 아들 동철이 이날 환갑을 맞았다. 60년간 생이별한 아들을 한시도 잊은적이 없는 선생은 분단(分斷)과 증오(憎惡)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시위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동료 장기수 양희철 선생이 동조시위를 했고 뜻있는 시민들 통일활동가들이 힘을 보탰다. 이기묘 대표가 만남의집 선생들을 위해 토종닭백숙을 대접하겠다고 해서 공식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날 만남의집엔 따로 거주하는 백발의 ‘소년빨치산’ 김영승(87) 선생이 찾아왔고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정연진 AOK 상임대표 류경완 KIPF(코리아국제평화포럼) 대표 등 시민들이 방문했다. LA출신의 조덕남 정에스더 부부와 캐나다 토론토의 오경희씨 등 국내외 동포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됐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시차도 두고 별도의 공간에서 모이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모처럼의 별미에 선생들은 시종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기묘 대표는 “오늘 요리한 닭들이 공부를 많이 해서 통일운동 하는 사람 몸속에 들어오겠다고 싶다고 했다. 죽도 찹쌀에 전국각지의 곡물을 섞은 통일 죽이다”라고 재치있게 소개해 탄성과 함께 웃음을 자아냈다.


최고령인 양원진 선생은 건배사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데 미국 몰아내지 않으면 통일이 안될 것 같다. 우리 함께 조국통일 완수하자”라고 외쳐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했다.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평생 강철처럼 살아오신 선생님들을 위해 이렇게 국내외에서 여러분들이 오셔서 감사하다. 너무나 따뜻한 자리가 되었다”고 고마워 했다.



캐나다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는 오경희씨는 어르신들을 위해 Monti의 차르다스, 여인의향기, 글룩의 멜로디 등 클래식과 아리랑, 타향살이 등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식사와 다과를 나누며 삼삼오오 정겨운 대화의 시간이 이어졌다. 선생들의 농담에 배를 잡고 웃기도 했고 살아온 기막힌 세월에 눈물짓기도 했다. 양원진 선생은 전선에서 바이올린과 첼로, 북 등 클래식 악기를 직접 만들어 경연대회를 한 에피소드를 들려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키보드를 독학으로 배워 연주가 취미인 김영식 선생은 이날도 악보대신 숫자로 표기한 노트를 보며 ‘홀로아리랑’ 등 십팔번곡을 연주했다. 박희성선생의 아들 환갑날 시위를 마치고 자작시 낭송을 한 양희철 선생은 한의학에 조예(造詣)가 깊다. 감옥에 있을 때 상한 몸을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 침술을 배웠다. 지금도 만남의집 지하에서 침술봉사와 탕약을 제조해 살림에 보태고 있다.


‘소년빨치산’으로 잘 알려진 김영승 선생은 어느덧 미수(米壽 88세)를 코앞에 뒀지만 페이스북 등 SNS를 자유자재로 하며 선후배 장기수 소식을 전하고 빨치산 투쟁기도 연재하고 있다. 박희성 선생은 유일하게 부르는 가요가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다. 식사할 때나 잠을 잘 때나 언제나 아들 생각을 하는 선생은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헤어지던 그 날의 모습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민가협양심수후원회의 지원으로 자서전을 펴냈던 양원진 선생과 김영식 선생은 답례로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양원진 선생은 <곡절많은 한 생을 살아오며>를 2018년 펴내 2쇄까지 발행했고, 김영식 선생은 지난해 <통일조국에서 화목하게 삽시다>를 펴냈다. 행간 하나하나 허투루 읽을 수 없는 대하드라마가 선생의 인생이었다.


김영식 선생은 최근 작성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이제 우리 민족도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을 찾자’는 A4 한쪽의 육필원고를 방문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도 2017년 출간한 ‘권오헌 문집’ <자주없이 통일없다> <양심수도 국가보안법도 없는 세상> <살아온 발자취가 역사가 되어> 3권 전질을 정연진 AOK대표와 로창현 뉴스로대표에게 선물했다.


정성혜 사무국장은 “장기수 송환은 분단으로 생긴 우리 민족의 아픔과 미움의 과거에서 벗어나 통일을 위한 긍정의 미래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장기수 선생님들과 손 잡고 금강산에 가겠다”며 뜨거운 소망을 드러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비전향장기수 송환문제는 민족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주의적 실천과정이다. 분단문제의 역사성으로 볼 때 이분들은 미국에 잡힌 전쟁포로다. 제네바협정에 의거해서라도 조건없이 송환했어야 했다. 고문으로 강제한 것이지만 소위 ‘전향’을 시켰다면 왜 수십년간 독방에 가두고 출소후에도 수십년간 보안관찰을 하는가. 강제전향은 전향이 아니라는 법적 정당성은 이미 2004년에 결론이 났다. 하루속히 선생들을 북녘에 보내드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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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98세 최고령장기수 할머니의 설날 해후 (2021.2.13.)

낙성대 '만남의집'에 모인 장기수선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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