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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유진상 환경칼럼] 포장재 공병(빈병)에 얽힌 이야기

2021-04-05

[유진상 환경칼럼] 포장재 공병(빈병)에 얽힌 이야기


  • 기자명 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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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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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4.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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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열린뉴스통신

소주병과 맥주병이 포장재라고? 대부분 사람들은 포장재라고 하면 박스나 상품을 싼 종이를 떠올린다. 그러나 포장재의 의미는 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포장한 것을 말하는데 생각보다 의미가 넓고, 재질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라면의 내용물은 상품이고, 그것을 싼 비닐(필름 류)은 포장재이다. 해산물은 담은 스티로폼, 음료를 넣은 페트병이나 캔, 우유나 두유를 담은 종이팩도 모두 포장재에 해당된다. 또한 상품 보호를 위해 감싼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류, 건강음료를 담은 작은 병, 일회용 부탄가스통 등도 포장재이다.

소주나 맥주를 담은 병 역시 내용물인 술이 상품이고, 그것을 담은 병은 포장재이다. 종이박스를 비롯, 종이팩, 페트, 캔, 플라스틱, 스티로폼, 유리병 등 모든 포장재는 재활용이 되기 때문에 버릴 때 분리 배출해야 된다. 다만 소주나 맥주, 탄산음료 병은 재활용(再活用)이 아니라, 그대로 재사용(再使用)된다. 재활용은 재질을 가공해 효용성을 되살려 사용하는 것이고, 재사용은 쓰고 난 포장재를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맥주병과 소주병, 사이다병 등은 모두 수거해서 재사용되는 포장재이다.

환경부는 재사용되는 빈병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빈병보증금(반환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빈병을 반환할 때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을 돌려 받는다. 소비자들은 미리 이 금액을 지불한 뒤 빈병을 반환할 때 되돌려 받는 금액이다. 취지는 환경보전과 소중한 자원을 순환해서 다시 쓰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빈병은 주류 또는 음료 업계에서 회수해 재사용된다. 간혹 일반 소비자들이 빈병에 다른 액체류를 담는 용기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종종 위험한 일도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술을 좋아하는 여기자 후배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소주를 즐겨 마시는 이 후배는 이미 보기 드문 애주가로 소문나 있다. 오죽하면 집에 술이 떨어지면 불안해서 쌀보다 먼저 술부터 비축할 정도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주부로 1인 2역을 하면서 열심히 사는 후배다. 그가 집안 청소를 하던 중 쓰다 남은 세제 ‘뚫어×’ 용기가 더러워서 빈 소주병에 옮겨 담은 뒤, 다음에 쓰기 위해 창틀 위에 보관했다고 한다. 얼마 뒤 모처럼 여동생이 방문했는데 창틀에 올려져 있는 소주병을 발견하자 그것을 냉장고에 넣었던 것. 언니가 술을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마시다 남긴 줄 알고, ‘이왕 마시려면 시원하게 마시지’ 라며 애틋한 마음까지 담긴 속 깊은 배려였으리라.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이 후배는 늦은 밤까지 일하다 들어와 술 생각이 났던지라 냉장고 문을 열고 이것을 꺼내 병째 입에 대고 마셨던 것.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풍기는 냄새가 술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이미 한 모금은 삼켰던 터…. 잠시 후 위경련과 복통이 시작돼 곧바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게 됐다. 위 세척을 한 뒤 며칠 간 병원신세를 진 뒤 퇴원했지만 지금도 그때 얘기만 나오면 창피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당시 치료했던 의사도 전후사정 얘기를 듣고, 웃기만 했다고 한다.

이 후배 여기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도 여전히 소주를 즐겨 마신다. 나는 만날 때마다 문제가 됐던 세제 이름을 들먹이며 '뚫어×'이란 별칭으로 그를 부른다. 비단 후배 얘기뿐만 아니라, 빈병에 다른 것을 넣어서 낭패를 본 사례는 흔하다. 비슷한 액체인 참기름과 간장을 소주병에 넣어 보관하다 바꿔 사용한 것은 애교에 속한다. 이참에 이런 실수를 하지 않고, 안전을 위해서도 용기 겉면에 내용물을 보관하면 좋을 것 같다.

( 자료=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 자료=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

환경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출고되는 소주와 맥주량은 각각 29억 5,000만 병과 11억 3,000만 병이다. 한 해에 우리 국민들이 마신 소주와 맥주량인 셈이다. 이에 따라 소주, 맥주를 마시며 내는 빈병 보증금도 약 4,5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공병수집 상이나 주류대리점에 지급하는 취급수수료(주류업계가 부담)까지 합하면 한 해 6,800억원 가까이 된다.

하지만 국민들이 마신 술의 양에는 빠진 게 있다. 수입맥주와 양주, 와인 등의 양은 더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주와 맥주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유는 술을 적게 마신다기보다 줄어든 양만큼 수입 맥주와 와인 등이 국내 주류시장을 잠식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수입 맥주나 다른 주류 병들은 재사용이 안 된다. 따라서 수입한 술병들은 빈병 보증금대신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에 따른 분담금을 내도록 돼 있다. 수입 맥주병이나 양주, 와인 병은 재사용이 안 되고, 기타 유리병류와 함께 파쇄 후 도로 기층제 등으로 쓰인다.

소주나 맥주병에 담배 공초나 이물질을 넣는다면 그 만큼 재사용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그것을 세척해서 원래 상태로 돌리는 데 품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탄소 배출량도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마시는 술 병 하나에도 환경과 자원의 재활용 의미가 담겨있다. 기분 좋게 마시고, 빈병은 깨끗하게 버려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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